백두대간(完了)/백두대간(上·完了)

백두대간 21차(한계령-대청봉-미시령-진부령)

무명(無 名) 2009. 4. 3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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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두대간 21차 구간종주 산행기

 


1. 산행일정 : 2003. 07. 04〜06

2. 산행구간 : 한계령〜진부령

3. 산행동지 : 오영동, 정영찬, 장진우

4. 산행여정

   2003. 07. 04〜05

 - 7/4 21:00 부산 출발〜7/5 03:25 양양 도착(버스비1人33,900)

 - 7/5 03:30 양양 출발〜03:50 한계령 도착(택시비 ₩31,000)


   2003. 07. 05 (제35소구간 : 한계령〜미시령) : 15시간23분소요

04:14 한계령(산행시작) - 05:25 귓때기청봉 갈림길 - 07:09 끝청봉(07:25 출발) - 07:53 중청대피소 -

08:08 대청봉(08:27 출발) - 09:35 희운각산장(10:15 출발) - 10:45 신선봉(10:54 출발) -

11:40 전화대샘터(11:50 출발) - 12:15 1,275봉(12:28 출발) - 13:00 1,270봉(13:12 출발) -

13:35 나한봉(13:50 출발) - 14:08 마등령(14:36 출발) - 14:48 1,326봉 - 16:46 저항령(16:56 출발) -

17:30 전망대 - 18:15 1,318봉(18:30 출발) - 19:37 미시령


   2003. 07. 06 (제36소구간 : 미시령〜진부령) :07시간 30분소요

04:55 미시령 출발(산행시작) - 05:35 약수터 - 06:07 상봉(06:15출발) - 06:40 화암재 -

06:57 큰바위(07:10 출발) - 07:55 대간령(08:10 출발) - 08:43 암봉 - 08:55 안부 조식(09:20 출발) -

10:20 마산(10:45 출발) - 11:22 리프트(11:30 출발) - 12:25 진부령

 

 

산행지도

 

5. 산행기

※ 2003. 07. 05(제35소구간 : 한계령〜미시령) 날씨: 맑음

 

 이제 대미를 장식하러 속초행 심야버스에 몸을 싣는다. 출발 전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 병씩을 나눠 마셨지만 영 잠이올 것 같은 낌새 가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산행에 오르기가 이번이 처음이다. 뜬눈으로 지새우다 어느덧 버스는 동해안의 휴게소에 정차한다. 잠시 내렸다 눈을 감았더니 강릉이다. 이제 양양까지 얼마 걸리지 않을 테니 더욱 잠을 자기는 짧은 시간이다.

 

 양양에서 택시로 한계령까지 30여분 소요되어 도착했다. 아직 주위는 어둠에 잠겨 깨어나지 않고 있다. 이곳 한계령은 44번 국도가 내설악과 외설악을 잇는 해발 950m(920m)의 고개로 옛날에는 오색령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가수 양희은의 한계령 노래를 적어본다>


저 산은 내게 오지마라 오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은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계령 휴게소 옆 포장마차에서 우동 한 그릇으로 시장기를 지우고 어둠속의 설악을 파고든다. 매표소는 아직도 한 밤중이다. 지난 8월 24일 산청군 중산리 매표소를 출발하여 이곳까지 오는데, 여러 곳의 국립공원지구를 지나 왔으나 단 한번도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 통과한 얌체라고 해야 할까? 주고 싶어도 받는 사람이 없었으니 별다른 도리가 없지 않는가.

 

 

일출

 

 시멘트 계단을 밟고 올라서 나무로된 계단을 다시 오른다. 어둠에 깔린 산은 적막하기만 한데 뒤편에서 웅성대는 음성과 발자국 소리가 들려온다. 한 땀을 흘리고 난 뒤에야 1,307봉에 오른다. 119구조를 알리는 설악09-02 표지목과, ← 한계령 1.0km, 중청대피소 6.7km→ 라고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한 모금의 물로 목을 축이는데 산행객들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끝청 오르기전 운해

 

 이곳 전망대에 올라서니 설악의 위용이 어둠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다. 왼쪽으로 꺾어 미끄러운 바위길을 내려섰다가 다시 가파르게 오름이 시작된다. 귓때기청봉 갈림길에 올랐을 때는 벌써 동녘의 하늘에는 장엄하게 햇살을 발하며 붉디붉은 해가 솟아있다. 먼저온 산행객들이 환호를 지른다.


 왼쪽은 귓때기청봉으로 향하는 길이므로 우리는 오른쪽의 끝청으로 향한다. 끝청 오름길의 1,460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오른쪽으로 멀리 점봉산은 운해 위를 둥둥 떠다니는 듯하고, 한계령으로 올라오는 44번 국도가 굽이치고 있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잠시 앉아 백두준령을 바라보며 세월을 낚아본다.

 

 

 

 

 끝청 오름길에서 망대암산과 한계령

 

 낚시터를 옮기려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해 맑은 햇살을 받으며 발걸음을 내 딛는다. 끝청봉이 가까워 올 무렵에는 제법 가파르게 올라야한다. 모든 봉우리들이 그러 하듯이 인간에게 쉽게 내어주지 않으려고 하지만 인간은 그걸 정복 하고파 하지 않는가?

 

 

 끝청봉(1,604m)에 올라서니 사방이 훤하게 트여있다. 내설악의 용아장성릉과 오늘 걸어야 할 공룡능선이, 동으로는 중청, 대청봉이 햇살을 받아 암릉이 빛을 발하고, 남으로는 운무에 휩싸인 점봉산과 단목령까지 한눈에 바라볼 수 있어 눈이 부시다. 발아래로 다람쥐 한마리가 마을을 나와 먹이를 찾고 있다. 사람들이 흘린 음식 조각을 먹기 위해서 일듯하다. 이곳 설악의 다람쥐는 사람을 정말 무서워하지 않는 그러한 습성을 또렷이 느낄 수가 있다.

 

끝청에서 바라본 점봉산

 

 중청으로 발길을 옮기는 길가에는 다섯 개의 노오란 꽃잎에 붉은색의 꽃술을 여럿을 달고 바람개비 같이 생긴 이름모를 야생화(물레나물)가 너무나 어여쁘다. 완만한 능선을 오르면 왼쪽으로 군사 시설물의 설치로 입산을 통제하는 중청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중청대피소와 넓은 길 건너편에 우뚝 솟은 대청봉이 가로 놓여있다. 삼거리 왼쪽은 소청봉으로 향하는 길이므로 오른쪽으로 꺾어 대피소를 지나 다시금 급한 숨을 몰아쉬고서야 대청봉에 닿는다.

 

 

물레나물

 

 드디어 남녁의 최고봉인 지리산 천왕봉(1,915m)을 시작하여, 현재는 밟을 수 없는 북녘땅을 제외한 북쪽의 최고봉인 설악산 대청봉(1,708m)에 오르니 감회가 정말 새롭다. 동해의 쪽빛 바다와 속초시의 영랑호(永郞湖), 남쪽의 청초호(靑草湖) 2개의 석호가 펼쳐져 있고, 멀리 고성을 지나 해금강까지도

시야가 트여 바라볼수가 있다. 지금 부산에는 비가 온다는데....

 

 많은 산행객들이 여덟시가 조금 지났지만 붐비고 있으며, 산행인들 사이로 집게와 비닐봉지를 들고서 열심히 꽁초며, 휴지를 줍는 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의 수고 하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니온 듯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루 빨리 살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다.

 

 

 

중청 대피소와 뒤로 대청봉

 

 대청봉에서 내려다본 속초

 

 대청봉

 

 한참을 쉬었다가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을 찾아 나선다. 오색 방향으로 찾아 보아도, 대청봉 주변을 둘러보아도 능선길이 보이지 않는다. 대청봉에서 중청쪽으로 되돌아 내려오면 출입금지 표지판이 보이는 곳 뒤쪽으로 희미하게 길이 연결되어있다. 이곳도 휴식 년제 구간으로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다.


 잡목에 가려서 길바닥도 보이지 않고, 또 중청대피소가 보이는 곳에는 허리를 굽혀 들킬까봐 조심조심 내려선다. 많은 사람들은 대청봉에서 소청봉을 거쳐서 희운각으로 향하지만 정녕 대간길이 아니기 때문 우리는 이 길을 선택했다. 사람의 흔적이 그리 많지도 않고, 그리 많던 산행표시기도 드문드문 붙어있어 자연 그대로 보존된 곳이라 생각된다.

 

 

산행 표시기

 

 가파르던 길이 조금 완만해지고 숲이 우거져 있다. 선행자 발자국을 따라 가다보니 길을 잘못 들어 진행방향의 왼편 계곡으로 접어들었다. 능선으로 따라야 하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계곡을 따라 내려가기로 하였다. 계곡에는 꽃가루가 눈송이처럼 날고 있었고, 물이 말라있어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별로 없어 다행이다.


 사람들의 웅성 이는 소리가 들리는 희운각대피소 조금 못 미쳐서 계곡에 앉아 아침식사를 한다. 솟아오르는 계곡물을 수통에 가득 채우고는 자리를 털고 희운각대피소에서 1,500원 하는 커피 한잔의 달콤한 맛과 향을 어찌 잊을 수가 있으랴!

 

 

동해의 운해 

 

 희운각을 출발하여 고난의 길인 공룡능선으로 접어든다. 안부를 따라 약간 오르다 오른쪽의 천불동계곡길을 버리고 곧장 직진하여 조그마한 개울을 건너 암릉을 왼쪽으로 돌다 가파르게 올라 친다. 식사를 끝내고 바로 오르는 오르막길은 가슴은 숨이차 터질 듯 하고, 몸은 땀에 흠뻑 젖어 몰골이 말이 아니다. 대간종주를 시작 할 작년 산에서는 인간이기를 포기를 했으니.

 

 

설악 공룡능선 

 

 공룡의 첫봉우리인 신선봉에 오른다. 공룡능선이 끝나는 마등령까지 4.0km라는 이정표가 눈에 뜨인다. 이제 시작이니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앞에 보이는 범봉과 그 주변의 암봉이며, 대청봉에서 바라볼때 쪽빛 동해 바다는 어느 새 해무(海霧)에 쌓여 운치를 더해준다.

 

 

공룡능선(내설악)

 

 다시금 두어 번의 오르내리니 전화대 부근의 샘터다. 잦은 비로 수량이 풍부하여 공룡능선에서 머리까지 감는 행운을 누릴 수 있다는 게 너무나 행복하다. 세수까지 하고나니 이제 제법 인간다움을 느낄 수가 있다. 수통의 물을 바꾸어 채우고는 길을 나선다.


 힘겹고 숨이 가쁘게 오르면 1,275봉이다. 이곳 봉은 협곡으로 양쪽에 우람하게 바위가 얼개설개 엉켜져서 위압감을 더해주고, 바위 사이로 뿌리내려 모진 삶을 이어가는 소나무며 잡목이 분재를 감상하는 듯 하다. 다시금 구름이 동해를 삼키더니 이곳 능선마저 삼키려고 하지만, 공룡의 등을 넘기가 너무나 힘이 부치는 모양이다.


 1,275봉을 가파르게 내려서 다시 밧줄 잡이로 바위를 넘어 가파르게 올라서면 마등령을 1.1km 남겨둔 지점에 도착한다. 시원한 바람이 땀에 찌던 가슴을 쓸어내린다. 두어 번의 가파른 고개를 넘고서 이마에는 소나기 같은 땀이 흘러내리며 네발로 기고서야 나한봉에 도착된다. 네발짐승이 따로 있으랴?

이곳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네발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오르내릴 수가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한봉에 오르니, 119구조 설악 03-01의 표지판이 있고, 이정표는 ← 희운각 4.4km, 마등령 0.5km →로 적혀있다. 멀리 서쪽으로 몇 년 전 올랐던 설악의 최고의 난코스인 용아장성릉이 나란히 따라오다 헤어질 무렵이 되었다. 나한봉옆의 바위봉 위에는 오세암에서 오셨는지 두 명의 스님이 가부좌를 하고 득도를 하고 계신다. 조금 색다른 모습에 눈이 휘둥그레 진다.

 

 

마등령

 

 나한봉을 지나 너덜겅을 내려서면 오세암으로 탈출이 가능한 삼거리를 지나서, 조금 더 올라서면 비선대로 내려설 수 있는 마등령(1,240m)에 도착한다. 몇몇 산행객이 눈에 띄고 우리도 이곳에서 점심 도시락을 펼친다. 먹잇감을 구하러 나온 다람쥐가 우리의 옆으로 다가선다. 비록 산중의 짐승이 지만 우리와 다를바 없어 도시락의 밥을 옆에 놓으니 겁 없이 다가와 식사 시간을 같이 갖는다.


 또 다시 “자연공원법 제28조에 따라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는 출입금지 표시판을 뒤로하고 능선에 오른다. 사람이 많이 밟지 않았던 길이라 잡목들이 우거져 있고, 멧돼지가 먹이 찾아 설치고간 자국을 만날 수가 있었다. 키 작은 굴밤나무 군락을 지나면 사방이 완전히 트이는 마등봉(1326.7m)에 도착된다. 


 이곳 마등봉은 삼각점이 정상 표시를 대신하고 있으며, 내설악과 외설악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 좋은 육산이다. 올랐던 길을 10m 정도 되돌아 내려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내리막길은 작은 너덜지대로 갈지(之)자로 길이 이어져 있고, 등산로 오른쪽에는 너덜겅이 넓게 분포되어 있지만 걷기에 그리 불편하지 않다.


 이곳을 지나서도 서너 번의 소규모의 너덜을 지나니 이곳에도 멧돼지들이 먹이를 구하려 군데군데 파헤쳐 놓았다. 1,249.5봉을 우회하여 바위와 너덜로 이루어진 전망대를 통과하면 저항령이 아래쪽에 나타나고, 황철봉이 오뚝 솟아있다. 저항령으로 내려가는 너덜겅에는 돌을 쌓아 리본을 대신하고 있으

니, 산행도 힘들 텐데 돌까지 쌓아 이정표를 만들어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저항령의 넓은 공터에는 이름모를 흰색의 야생화가 흐트러지게 피어있다. 잡목을 헤치고 오르면 다시금 너덜겅이 나타난다. 7월의 한여름 맑은 날 너덜 길은 거짓말 조금 보태면 달구어진 양철판 위를 걷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가? 땀을 팥죽같이 흘리며 너덜겅의 전망대를 지나 고개를 넘어면 측백나무 군락이 나타난다. 산에서 측백나무를 만나기는 처음이라 어린시절 시골학교 담장의 울타리의 측백나무가 문덕 떠오른다.


 이제 길은 너덜에서 벗어나 흙을 밟을 수가 있는 길로 변해 조금은 다행이다. 하지만 무릎 아래쪽의 근육통으로 걷기가 불편해진다. 황철봉의 정상을 알리는 아무른 표지가 없어 그냥 지나쳤다는걸 1,318.8m봉에 도착하고서야 알아 차렸다. 이곳 봉에는 삼각점이 있는 전망대로 너덜로 이루어져 있다. 이곳에서 오늘 하루 종일 지나온 대청과 공룡능선이, 내일 진행할 상봉과 신선봉이 한눈에 들어오고 미시령의 차량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다시금 너덜을 20여분 내려오니 나무숲이나 나무 아래에도 너덜로 연결되 되다가 점점 길은 순탄해지고 흙길로 바뀐다. 근육통이 점점 심해져 오나 걷기가 한결 부드럽다. 곧이어 미시령 휴게소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가 들리고 두개의 빨간 지붕이 시야에 들어온다. 무척이나 반갑다. 서편 하늘에는 노을이 붉게 물들고 하루를 달구었던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다.

 

완만한 능선에 키가 작은 잡목을 지나니 앞을 분간하기 어렵도록 우거진 숲속을 헤쳐나와 절개지 위의 철조망을 조심스레 통과하여, 왼쪽편의 입산통제소를 지나면 56번 국도인 미시령(彌矢嶺 해발767m)이다.

 

 미시령 휴게소에서 캔 맥주 한잔씩으로 열다섯 시간이 넘는 산행의 피로를 풀고 있으니, 부산에서 위로차 올라온 직장동료 두 분과 친구 분이 미시령까지 마중을 나오셨다. 정말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였다.


 친구 분의 승용차로 수 일전 신청해둔 속초 소재 회사 연수원에 여장을 풀고서, 내일 아침식사로 햇반을 끓여 놓은 뒤 연수원 앞쪽의 식당에서 간단하게 소주 몇 병과 식사후 피곤한 몸을 누인다.


6. 돌아오는 길(2003. 07. 05)

 - 19:50 미시령 출발〜20:10 회사 연수원 도착(동료 친구 차량)


 

미시령

 

※ 2003. 07. 06(제36소구간 : 미시령〜진부령) 날씨: 흐림

 - 04:10 회사 연수원 출발〜04:30 미시령 도착(동료 친구 차량)

 

오늘은 대장정?의 마지막 구간이라 산행을 끝내고 양양공항에서 15:55에 부산으로 출발하는 비행기를 예약한 관계로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겠기에, 새벽 3시에 알람을 맞춰 놓았으나 피곤으로 깜빡 잠이 들어 다시금 깨어난 시간이 40분이나 늦었다. 바쁘게 준비를 서두르는데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동료 친구분이 미시령까지 데려 주기위하여 밖에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이다.


 아침의 찬 공기를 가르며 미시령으로 향한다. 차창 밖에는 울산바위의 웅장한 모습이 비춰질 무렵 미시령에 도착했다. 직장동료와 그 친구 분을 부산에서 만나기로 하고 작별한다. 속이 허하여 휴게소에서 간단히 우동 한 그릇으로 속을 달래고 주차장으로 내려서니, 산행객을 태우고 울산에서 올라온 관광버스가 눈에 뜨인다.

   

 

산행지도

 

 주유소 뒤편의 절개지 위를 가파르게 올라서면 묵은 헬기장이 보인다. 헬기장을 지나 완만한 능선의 키 작은 잡목지대를 지나고서, 길은 점점 가파르게 연결된다. 어제 오후부터 발생한 근육통은 아침에도 가시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과연 오늘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의문스럽다.


 


 

 산행 시작 40여분 후 약수터가 있는 화암사 갈림길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의 물맛 역시 괜찮아 여러 모금 들이킨다. 다시금 가파르게 오르면 왼쪽으로 바위 전망대에 올라선다. 이곳에서 구름에 반쯤가린 황철봉과 그 아래로 넓게 분포되어 우리를 괴롭게 한 너덜지대가 한눈에 펼쳐진다. 그때 울산에서 오신 영남알프스 산악회 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망대에서 약간의 오름길을 지나면서 또다시 바위로 이루어진 너덜을 만나게 된다. 너덜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아 오르면 상봉(1,239m)에 도착한다. 이곳 상봉에 올라서면 황철봉과 신선봉이 그리고 동해를 조망할 수 있어 너무나 전망이 좋은 곳이라 모두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상봉에는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돌로 정성껏 쌓아놓은 돌탑이 대신 자리 잡고 있다.


 키 작은 나무사이 암릉으로 이루어진 가파른 내리막길은 매달린 로프를 여러번 이용하여야만 가능하여 시간이 꾀나 지체된다.  암릉을 통과하니 화암재에 도착된다. 이곳에서 누군가 비박을 하였는지 철거되지 않은 폐비닐과 흔적이 아직 남아있어 좋은 인상을 주지못한다. 옆을 돌아보니 헛개나무가 열매를 맺고 있었다. 가을이면 좋은 약재가 되겠지?

 

상봉

 

 화암재에서 제법 가파른 길은 왼쪽 다리의 근육통으로 더욱 괴롭힌다. 오른쪽 다리를 많이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오른쪽까지 무리하면 오늘 산행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 신선봉을 오르지 않고 왼쪽으로 난 우회로를 선택했다. 왼쪽으로 우회하여 큰바위에 걸터 앉으니 앞으로는 대간의 남한구간 마지막 봉인 마산이요, 뒤에는 신선봉이 오똑 솟아있다.


 큰 바위에서 내려와 가파른 암릉길을 보조로프를 잡고 내려서면 다시금 너덜지대로 형성되어 있다. 너덜을 지나니 잡목 숲을 이루다 완만한 능선 곳곳에는 솔숲으로 솔 갈비가 쌓인 길은 다리에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솔숲을 지나서 다시금 키 작은 잡목과 싸리나무들이 우거져서 배낭을 잡아끌지만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그래도 조금 나은 편이다.


 넓고 여러 개의 돌이 널브러져 쉼터를 만들어 주는 큰새이령(대간령)에 도착하여 갖고 온 미숫가루를 물에 타서 아직 아침식전이라 허기를 달랜다. 이곳 대간령의 왼쪽으로 내려서면 작은새이령(소간령)을 지나 용대리로 탈출이 가능한 삼거리이다. 울산에서 오신 분들이 도착할 때쯤 우린 자리를 털고 길을 나선다.

 

 가파른 길은 정말 진땀이 난다. 근육통이 심해져서 왼쪽 무릎을 굽혔다 폈다가 힘들 정도라 걱정이 앞선다. 또 다시금 너덜겅으로 이루어진 암봉을 넘을 때는 햇볕이 너무나 따갑다. 뒤돌아 보니 신선봉과 큰봉에는 구름에 덮여 봉우리가 보이지 않는다.


 암봉을 내려서면 잡목이 우거진 완만한 길로 능선 안부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이것이 백두대간 종주 중에 산속에서의 마지막 식사다. 지난해 8월24일 아침을 주먹밥으로부터 시작하여 빗속에서, 진눈개비를 맞으며 또는 눈속에서 그리고 고루포기산 못 미쳐 빗물과 함께 햇반을 먹던 생각이 새롭게 떠오른다. 오늘 아침도 어제 연수원에서 끓여놓은 햇반 이지만 먹을 만하다.


 식사 후 다시금 병풍바위를 향하여 걸음을 옮긴다. 제법 가파르다. 병풍바위 조금 못가서 오른쪽으로 우회로에 접어들었다. 길은 또렷하지 않지만 잡목을 지나고 넘어진 나무를 넘고, 넝쿨을 헤치고서야 마산 입구 안부에 닿았다. 혹시나 길을 잃을까봐 걱정을 했었지만 정말 다행이다.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처음에는 완만하다 제법 가파르게 한고비를 쳐올리니 바위 암봉인 마산(1,051.9m) 정상이다. 이곳 마산 정상은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삼각점과 군사 시설물의 잔재 인 듯한 종?이 있어 세 번을 두들겼다. 끝^.^났^.^다 라고.


 회사에서 제작 해주신 백두대간종주기념 플래카드를 앞에 두고 울산에서 오신분께 부탁드려 우리 대원 세 명이 기념 촬영을 하였다. 그리고 신문지 위에 오징어 세 마리, 육포와 소주 한 병을 차리고, 지방 대신 우리의 노랑색 산행리본을 걸고 간소하게, 지금까지 무사 무탈하게 산행을 마치게 하여 주신 산신과 천신에게 정성으로 卒業古祠를 치른고 음복술을 나눠 마신다.

 

 

마산의 졸업 고사상

 

 

 집으로 전화를 하니 부산에는 오늘 폭우가 내렸고, 지금도 내리고 있다니 좁게만 느꼈던 우리의 강산이 이렇게 기후차가 큰지. 마산을 내려서니 방금 구름이 몰려온다. 완만하게 능선길을 걸어면서 양양공항에 연락 하여 비행기편 취항 가능여부를 확인하니 아직 결정을 못한다고 한다. 조금은 갑갑하다.


 등산로 왼쪽으로 알프스리조트 스키장이 보일 즈음 너무나 가파른 길이라 주변의 나무를 잡지 않고서는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다. 갑자기 구름이 온 산을 휘감는다. 리프트 바로 아래 잔디에 앉아 망중한(忙中閑)의 시간을 갖는다. 다시금 스키장 가장자리의 길을 따라 내려오다 오른쪽 산길에 접어든다.


 억새 군락지와 전나무 숲을 지나서 알프스리조트 건물이 왼쪽으로 보이고 길이 그만 뚝 끊어졌다. 한참을 헤매다 농로로 접어들어 군부대 앞의 포장 도로에 닿는다. 도로 왼편의 군부대 정문의 초병에게 물어 부대 철조망 옆을 타고 오르다 왼쪽으로 꺾으니 다시금 마을이 나타난다.


 이곳이 인제군 북면 흘리 마을 인 것을 이곳 마을 이장님의 마을 안내지도를 손에 넣고서야 알았다. 지도까지 챙겨주신 흘리 마을 이장님께 감사드리고, 흘리 보건진료소를 지나 오른쪽으로 꺾어 포장된 2차로를 따라 걷는다. 이곳의 주능선은 스키장과 군 시설물로 변형되어 독도가 어려운 곳이다.

 

 포장도로변은 지금은 비 성수기라 문을 꼭 닫고 있지만 스키 대여점들이 여럿 눈에 들어온다. 높지 않은 고개를 하나 넘으니 왼쪽으로 사람들이 많이 웅성거리고 건물이 눈에 보인다. 진부령인 것이다. 포장도로에서 오른쪽으로 산행로가 있었으나 우리는 그 길을 놓친 것이라 조금은 아쉽다.

 

 

 

진부령(해발 520m)

   

 포장도로 왼쪽 으로난 산길을 내려서면 바로 그곳 남녘 백두대간의 종착역 진부령(해발 520m)이다. 진부령(陳富嶺)은 고성군 간성읍과 인제군 북면을 연결 해주는 46번 국도가 가로질러 있으며, 지대가 낮아 눈 많은 겨울에도 차량통행이 그리 힘들지 않는 곳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진부령에는 향로봉지구전투전적비(香爐峰地區戰鬪戰蹟碑)가 세워져 있다. 나라를 위해 먼저 가신 님의 영령 앞에 삼가 머리 숙인다.


 전화벨이 울린다. 양양택시 기사분 이시다. 우리는 택시 기사분께 부탁하여 진부령 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였다. 몇몇 산악회의 산행인들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터라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늦어도 오후 두시까지는 양양에 도착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완주 하였다는 기분에 들떠서 캔 맥주 한 통 씩을 마시고 양양택시에 몸을 싣는다.

양양에 도착 막국수로 점심 식사 후 부근 목욕탕에서 강원도에서 흘린 땀을 이곳에서 씻은 뒤 양양 공항으로 향했다. 결항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김해 공항의 날씨 악화로 공항 위를 약40분 가까이 선회한 뒤 가까스로 착륙이 가능 했다.

 

 

 

 

 부산에서의 뒷풀이

 

 공항까지 마중 나오신 두 분과 동래 온천장에서 합류하신 직장 동료 및 상사분과 여흥을 즐겼다. 얼큰하게 마무리까지 신경 써주시고, 마련해주신 분 모두 에게 감사드린다.


6. 돌아오는 길(2003. 07. 06)

 - 12:50 진부령 출발〜13:50 양양 도착(택시비 ₩42,000)

 - 15:55 양양 공항 출발〜17:40 부산 도착(항공료 1人₩65,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