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完了)/백두대간(上·完了)

백두대간 20차(구룡령〜조침령〜점봉산〜한계령)

무명(無 名) 2009. 4. 29. 08:16

백두대간 20차 구간종주 산행기


1. 산행일정 : 2003. 06. 21〜22

2. 산행구간 : 구룡령〜한계령

3. 산행동지 : 오영동, 정영찬, 장진우

4. 산행여정

   2003. 06. 21

   03:40 부산 출발〜08:30 구룡령 도착(승용차)


   2003. 06. 21 (제33소구간 : 구룡령〜조침령) : 08시간57분소요

08:43 구룡령(산행시작) - 09:57 치밭목령 - 10:28 갈전곡봉(10:28 출발) -

11:45 왕승골 삼거리(12:00 출발) - 12:32 968.1봉(12:37 출발) - 13:10 1.030봉(13:40 출발) -

14:00 연가리골 삼거리 - 14:12 956봉 - 15:00 1,061봉(15:07 출발) - 17:40 조침령


   2003. 06. 22 (제34소구간 : 조침령〜한계령) :11시간 27분소요

05:10 조침령 출발(산행시작) - 05:42 900.2봉 - 06:02 943봉전망대(06:10 출발) - 06:28 1,018봉 -

07:15 1,133봉(07:25 출발) - 07:46 1,136봉전망대(07:52 출발) - 08:06 북암령 -

08:23 1,020봉(08:33 출발) - 09:08 단목령(09:47 출발) - 12:52 점봉산(13:23 출발) -

13:50 망대암산(14:00 출발) - 15:08 1,157.6봉(15:18 출발) - 16:37 한계령

 

산행지도 

 

5. 산행기


※ 2003. 06. 21(제33소구간 : 구룡령〜조침령) 날씨: 맑음

 2주에 한번씩 토요격주 휴무시 마다 산행 하는데도 기다림과 설렘은 매번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어제는 조침령 민박집의 예약을 다시금 확인하고 부산 만남의 광장에서 출발하여 영동고속도로 소사 나들목을 거쳐서 구룡령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다.


 이른 아침? 이데 벌써 약수산 방향에서 하산하여 구룡령 휴게소로 들어가는 산행객 한명을 만날 수가 있었다. 아마도 비박을 하고 하산하였나 보다.  휴게소 앞에 차를 주차한 뒤 생태터널을 지나 홍천군에서 구룡령을 알리는 자연석으로 만들어 세운 표지석 옆으로부터 오늘 산행은 시작이 된다. 생태터널 옆으로 올라서 잡목이 우거진 가파른 길을 지나 능선에 올라선다. 이곳에는 백두대간 생태복원을 위하여 주목 등을 2001년~2002년에 조림한 지역이 나타난다.


  능선 길에는 키가 작은 조릿대와 철쭉이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고만고만한 높이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면 치밭목령에 도착한다. 이곳을 지나 제법 한 땀을 흘리고 나니 오늘 산행시 제일 높은 봉우리인 갈전곡봉이다.


 이곳 갈전곡봉(1,204m)은 인제군 기린면(麒麟面)과 양양군 서면(西面)의 경계에 위치한 산으로 북부지방 산림청에서 세워놓은 정상목을 겸한 이정표와 지형도가 우리를 반긴다. 이정표에는 ←쇠나드리(12.7km) 6시간 30분 소요, 구룡령(3.4km) 2시간 소요→ 라고만 되어 있으나, 이곳이 삼거리로 진행

방향에서 왼쪽으로 붙어있는 표지기를 따르면 낭패를 당할 수 있는 곳이라 주의를 해야만 한다. 왼쪽은 가칠봉을 지나 명개리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갈전곡봉

  

 15분여간 휴식을 취하고는 바로 직진하여 가파르게 내려간다. 이곳도 군데 군데 멧돼지가 파헤쳐 놓은 자국이 선명하다. 단풍나무 군락지를 지나고, 진드기와 한바탕 싸움이 벌어진다. 한두 종류가 아닌 진드기가 남자들의 은밀한 곳까지 파고들어 괴롭히고 있다. 쉴 때마다 옷을 벗고 살펴야만 무사하게 산행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진드기와의 전쟁 끝에 왕승골 삼거리에 도착한다. 지명은 왕승골 삼거리라고 하나 북부지방 산림청의 이정표에는 진행 방향으로 오른쪽으로 1.5km 지점이 왕승골, 왼쪽으로 1.6km 지점은 조경동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왕승골은 마을 곳곳에 커다란 돌무더기가 남아 있는데, 이것이 마의태자의 왕궁터였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알려지는 곳이기도 하다.


 삼거리를 지나서 조금 오르면 묘지 한 기를 만날 수 있다. 대간길에 묘지를 한두 번 봐온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친다. 묘지를 지나 오르니 968.1봉에 도착되고, 내림과 오름을 수회 반복하다 잡목 숲을 헤치고 올라서면 해 묵은 헬기장인 1,030봉에서 점심 도시락을 꺼낸다. 아침 식사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간단하게 한터이라 시장기가 심하였기에 꿀맛이다.

 

왕승골 삼거리

  

 식사 후 헬기장을 내려서면 연가리골 삼거리에 도착이 된다. 이곳에서 다시금 산행객 한 사람을 만나는데 다름 아닌 구룡령에서, 갈전곡봉에서 만났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오늘 벌써 세 번째 만남이었다. 그분은 단독 종주로 어제 대관령에서 신배령까지, 그리고 오늘은 신배령에서 단목령까지를 계획하고 계신다니 정말로 대단하다. 20kg이 넘는 짐까지 지고서 말이다.


 완만한 경사길 에는 잡목아래 산죽이 우거져 몹시 괴롭힌다. 956봉을 지나서 완만한 내리막길과 다시 오르면 1,061봉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가파르게 내려가면 단풍군락지로 가을철이면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대간 종주자들을 맞이하겠지. 산죽소리가 바람이 불때마다 사각사각 거린다.


 이어 양쪽에 샘터가 있다는 곳에 도착되고 오르내림을 반복하더니, 오른쪽으로 황이리로 내려가는 삼거리이다. 이곳에서 한 시간 정도면 마을로 탈출이 가능 하다니 가까운 거리다.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금 오른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꺾어서 북으로 향하니 아름드리 춘양목 몇 그루가 자태를 뽐내며 버티고 서있다.


 쇠나드리에 접어들면서부터 왼쪽으로 차량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쇠나드리는 오지중의 오지로 늦가을의 억새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고 바람 거세기로 유명한 쇠나드리 평원이다. 황소까지 날려 보낸다 해서 유래했다는 쇠나드리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쇠나드리에는 이런 바람이 사시사철 분다. 봄에는 땅을 메마르게 하는 흙바람, 여름에는 길을 가로막는 비바람, 가을에는 억새를 뒤흔드는 낙엽바람, 겨울에는 눈보라에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분다고 한다.


 싸리나무등 잡목을 헤치며 너덧 차례의 가파른 능선 길을 오르내리니 드디어 조침령의 비포장도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조침령에 내려서서 민박집에 전화 하여 차량부탁을 하였더니 쾌히 받아들인다. 기분이 날아 갈 것 같다. 오늘은 바람이 세어서 날아갈 것 같은 것은 아니다. 열목어와 쉬리등 민물 어자원의 보고라는 방태천 상류인 인제군 기린면 새나드리 민박집(☏033-463-7790)의 사륜구동차로 무사히 도착하여 여장을 풀고, 민물고기 매운탕으로 소주한잔에 피로를 녹인다.


6. 돌아오는 길(2003. 06. 21)

 - 18:00 조침령 출발〜18:10 새나드리 민박집 도착(민박집 차량)

 

 마루금에서 만난 엉겅퀴 

 

※ 2003. 06. 22(제34소구간 : 조침령〜한계령) 날씨:흐린 뒤 게임

 - 05:00 새나드리 민박집 출발〜05:10 조침령 도착(민박집 차량)

 

 오늘 구간도 만만치 않지만 민박집 여주인께서 오늘도 차량으로 조침령까지 새벽 일찍 일어나셔서 노고를 하여 주신데 대하여 정말 감사드리며 느낀점을 몇자 적어 볼까한다. 산이 좋아서 만나셨다는 부부는 남매를 키우시고 있으며, 수년전 서울에서 연고도 없는 이곳 점봉산 설피마을 아래인 인제군 기린면에 대지를 구입하셔서, 몸담으셨던 직장을 그만두시고 이곳으로 이주하여 민박집을 운영하시는, 인심 좋으신 시골 아낙으로 변해 있는분 이라면 잘못 표현은 아닐테지? 


 비포장도로의 임도에 차에서 내려 사륜구동차의 흙먼지를 아쉬운 듯 뒤 돌아보며, 임도를 따라 5분여 오르니 조침령 고갯마루 오른편에 커다란 돌에 새겨진 조침령 표지석은 먼 저온 산 꾼들이 점령하고  우리들에게 내어놓지 않아 바로 왼편 능선으로 접어든다. 철쭉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는 완만한 능

길이다.

 

산행지도 

 

 이른 새벽이라 밤새 내린 이슬이 바지와 신발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처음엔 신발이 젖으랴, 바지가 젖으랴 조심조심 길을 걸었으나 모두가 젖긴 마찬가지다. 완경사를 오르다 오른쪽으로 돌아 북동으로 방향을 잡는다. 곧장 내려서서 다시 오르면 900.2m봉이다. 여기서 다시 왼쪽으로 틀어 완경사 길에는

철쭉과 키가 작은 잡목들이 어우러져 길을 더디게 한다.


 잡목숲을 헤치고 나서 오른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943봉 전망대에 도착한다. 아침에 출발 할 때만 해도 달빛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날씨가 흐려져 멀리까지 조망은 불가능 하지만 조침령의 굽이굽이 비포장 길은 희미하게나마 바라볼 수 있다. 전망대에서 잠시 숨을 고른뒤 되돌아와 왼편으로 꺾어 오르면

1,018m봉이다. 


 이곳에서 조금 내려서서 962봉을 지날 즈음 양양 양수발전소 건설 현장의 중장비의 소음이 들려온다. 왼쪽으로 바라보이는 벌막골의 상부댐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 대간 자락에 발전소 건설을 위한 자연과 생태계를 무참하게 파괴되는 현장을 목격해야만 하는데 정말 안타깝기 짝이 없다. 2001.12.31현재 53% 정도의 공정율을 보이고 2006년 준공 예정 이라는데....

 

 귀청을 울리던 중장비의 소음을 뒤로하고 수풀을 헤치며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1,133m봉이다. 주변이 잡목에 가려져서 조망이 시원하지 않다. 아직도 이슬이 마르지 않아 옷이며 신발을 적셔 발이 부르튼다. 이슬에 젖는 것 쯤이야 괜찮지만 비가오지 않는게 천만 다행이 아닌가?


 완경사의 내림과 오름길을 거쳐서 삼각점이 있는 1,136봉 전망대에 도착한다. 주위가 숲에 가려 전망은 어렵지만 남쪽으로 지나온 길들이 잡목나무 사이로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을 지나 왼쪽으로 내려서니 철쭉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나무 아래로 멧돼지들이 조금 전에 파헤쳐 놓은 곳들이 군데군데 눈에 뜨인다.


 북암령 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완경사 길을 올라서면 1,020.2봉으로 이곳에서 한계령에서 출발했다는 산행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앞선 자와 뒤떨어진자의 거리에서 알 수 있듯이 30여분이나 시간차가 나는 듯 보인다. 완경사의 내림길 왼쪽으로 개울물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단목령이 가까워져 왔다는 것임에 틀림이 없어 갑자기 발걸음이 빨라진다.


 단목령(檀木嶺)은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에서 양양군 서면 오가리로 넘나드는 고개로 이곳의 이정표에는  ← 점봉산(5km 소요시간 2시간30분),↑오색리(3km 소요시간 1시간)로 되어있고, 이정표의 좌우에는 백두대장군과 백두여장군이라고 쓰여진 장성이 우리들을 반기며 서있다. 갑자기 시장기가 느껴져 온다. 식전에 4시간 가까운 긴 산행이었으니 오죽 했으리?

 

단목령

  

 단목령에서 왼쪽의 개울?로 내려선다. 웃옷을 벗어 놓고 머리부터 흐르는 개울물에 담근다. 정신이 번쩍 들며 피로가 한꺼번에 개울물에 떠내려 가는것같다. 물을 한 모금 들이키고는 도시락을 펼친다. 오늘 아침 도시락은 색다른 것이라 맛이 두 배일 것이다. 어제 저녁 새나드리 민박집 여주인께서 정성으로 지어주신 잡곡밥이니까. 곤달비까지 깨끗이 씻어 쌈을 싼다. 금새 시장기는 멀리 달아났다.


 식사 후 입까지 헹구었으니 산 짐승이 아니고 산중 신사가 된 느낌이다. 그리고 물통에 가득 물까지 담았으니 이제 점봉산으로 향하는 일만 남았다. 다시 단목령으로 올라서 길을 향한다. 두갈래 갈림길에서 발자국이 선명한 왼편 아랫쪽을 택하여 진행하는데, 자꾸 개울을 끼고 내려 가더니 개울을 건너기전 앗차! 길을 잘못 들었구나를 느끼고 되돌아 올라왔다. 하마터면 진동리로 내려갈 뻔 했으니까. 둘 중 하나의 길을 선택 해야만 하는 갈림길에서 그것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클 것이다. 한번 잘못 들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까.


 단목령에서 다시금 능선을 향하여 산죽 밭을 지나니 갑자기 미끄럽고 급경사의 오르막길이다. 여간 조심하여 오르지 않으면 제자리로 미끄져서 돌아 오든지, 그렇지 않으면 다치기 십상이리? 급경사를 올라 안부에 닿으니 이제 부터는 완만한 능선을 오르내리는 길로 너무나 여유롭다.

 

 점봉산 아래의 야생화

 

 고도의 높낮이가 거의 없는 평지와 습지를 형성하고 있고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이곳은 해발 800~1000m에 이르는 이곳에는 곳곳에 크고 작은 습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을 발견 할 수가 있다. 여기서 부산에서 오셨다는 산행객들을 만났다. 고향 까마귀라 어찌 반갑지 않으리오. 그러나 그분들은 한계령의 입산통제로 역방향의 산행을 하시고 계신다니. 아무리 통제니 어쩌니 하여도 백두대간만은 어쩔 수 없는 게 아닌지?


 사람들이 훼손하는 그것 이상 개체수가 많은 멧돼지의 산림 훼손이 더더욱 심하다 는걸 국립공원 관계자 분들이 모를 리 없으시겠지만, 이곳 또한 밭 이랑을 일구어 놓은 것 같이 파헤쳐져 있다. 밭 이랑을 지나 가파르게 내려서는 앞쪽에 웅장한 점봉산 자락이 눈에 들어오고, 안부에 내려서면 기린면

으로 탈출이 가능한 삼거리를 만난다.


 삼거리에서 두어 번 능선을 오르내리면 오른쪽으로 오색 민박단지로 내려가는 곳을 지나면서 점봉산의 오름길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완만하게 시작되는 산행로가에는 키가 큰 전나무며, 여러 종류의 아름드리나무들이 키 재기를 하며 서있고 산행로 또한 널찍하다.


 수막터를 오를 무렵 어제 구룡령과 연가리골 삼거리에서 만났던 단독 산행객을 다시 만났다. 지쳐서 힘이 겹게 오르는 모습이 정말 안쓰럽게 느껴진다. 잠시 숨을 돌릴 겸 그분과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5월13일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단독으로 지금까지 이어오고 계시고, 어제는 신배령에서 출발하여 식수를 구할 수 있는 단목령에서 비박후, 오늘은 희운각까지고 예정하나 힘이 부쳐 가능할는지 미지수라고 한다. 그분의 건투를 빈다.


홍포수막터는 야영터가 닦여있고 겨울에도 물이 솟는 샘이 등산로에서 왼편으로 약50m 아래쪽에 있으니 야영 장소로는 적합한 곳이라 여겨진다. 날씨가 게여 볕이 따갑다. 이제부터 가파른 길을 오른다. 길가 여기저기에 피어있는 함박꽃의 진한 향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바위와 키 작은 잡목을 잡으며 숨이 목까지 차오를 즈음에 오른쪽의 바위 전망대에 도착된다.

 

점봉산에서 바라본 대청봉

 

 이곳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 대청봉과 중청, 끝청 그리고 귓때기청봉들이 나란히 도열하여 위압감을 더해준다. 이곳을 돌아나와 정상으로 향한다. 1400 고지가 넘어서 인지 키큰 나무들은 아예 보이지 않고, 녹음과 어우러진 이름모를 흰색의 야생화에는 벌과 나비들이 철을 만난 듯이 분분하다.


 꽃밭을 지나면 바로 점봉산(1,424m) 정상이다. 한글로 통바위에 가로로 새겨놓은 정상석또한 중압감을 느끼게 하는 듯 묵직하다. 이곳의 전망은 유별나다. 멀리는 설악의 서북릉과 가까이는 망대암산 오른쪽으로 펼쳐진 바위암릉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머릿속은 백지로 변해버려 모든 잡념이 지워진다.

 

점봉산

 

점봉산 내림길에서 바라본 망대암산

 

 볕은 따갑게 내려 쪼이지만 전망을 놓치지 않으려고 정상부근 바위에 걸터앉아, 민박집에서 담아온 또 하나의 도시락을 펼쳐 물말이로 금세 비운다. 점심식사 도중에도 졸음을 참지 못하던 대원중 한 명이 재빠르게 짐을 꾸리더니 눈을 조금 부치겠다고 그늘로 숨어버렸다.

 

 점봉산을 뒤로하고 가파른 돌 밭길을 내려서면 길가에는 들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뭇 꽃들의 향기가 거의 개코 수준인 나의코를 자극한다. 꽃 냄새에 취하여 어질어질 비틀비틀, 키 작은 나무들로 전망은 트이고, 군데군데 주목이 푸른빛을 더해주니 어느 하나 좋지 않을게 없는 점봉산 북쪽 능선이다. 가끔씩 멧돼지 산행로까지 파헤쳐 걷기 불편한 곳은 있었지만.


 바위 봉으로 이루어진 망대암산(1,236m)에 올라서 점봉산을 되돌아보라. 지그재그로 펼쳐지는 능선길가의 들꽃의 모습들을, 그리고 오른쪽의 기암 괴석을, 정상표지석은 없으나 설악의 남쪽부분을 조망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다. 산행객들이 많이 눈에 뜨인다. 한계령쪽은 입산을 통제 한다던데.


 왼쪽으로 꺾어 바위를 타고 내려서면 숲이 우거져 그늘진 가파른 경사길이다. 이제 가끔 산위에서 부는 고마운 바람이 불어줄 즈음 십이담계곡으로 탈출이 가능한 안부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 삼거리의 한계령쪽에 출입금지안내 표시판이 설치되어 있다. “점봉산~한계령구간은 출입금지 구간이며, 자일, 사다리등 노후 시설이 철거되어 통행이 불가합니다. 설악산국립공원관리소장”이라고 되어있다.

점봉산 내림길의 야생화

  

 점봉산 내림길

 

망대암산 에서 바라본 점봉산

 

 이 구간은 2002년말 까지 자연휴식년제 적용구간이고 2005년 까지 연장 시행구간이라면 위의 표지판을 바꾸어 달아야하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어제와 오늘은 입산통제 구간을 두 군데나 다닌 게 아닌가? 하지만 주야 교대로 근무 하면서 제대로 통제를 하였으면 이렇게 많은 위법을 하지 않으련만!


 출입금지안내 표지판을 지나 완만한 오름길에는 가슴까지 올라오는 산죽들이 길을 더욱 더디게 훼방을 한다. 다시금 가파르게 한고비 비지땀을 흘리고 오른쪽으로 돌아 완경사길 끝에는 오늘의 마지막 봉인 1,157.6봉이다. 여길 지나면서 고난은 시작이다. 바위를 타고 넘고, 또 두발 두손으로 기다가는 아직도 남아있는 보조로를 이용하여 오르면 바위전망대다.

 

망대암산 에서 바라본 대청봉

 

 출입금지 안내판

 

 이곳은 전망대가 따로 없어도 양쪽 모두가 트여있다. 생명력이 강한 곰솔은 바위 위에 가부좌를 틀고 있고, 좌우 모두가 만물상이다. 어찌 이러한 금수강산을 두고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지?


 강원도에 접어들고 처음 밧줄 잡이를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곧이어 완경사 길을 내려서면 차량소리가 들리더니 입산통제소가 설치 되어있고, 필레약수터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지방도에 내려선다. 이곳에서 한계령까지 대간능선 한 봉우리는 도로를 내면서 절개를 하였기에 오르지 못하고 차도를 따라 매연을 마시며 한계령에 도착했다. 


 2일간 20여 시간의 산행을 마친 이 시점에 피로는 몰려오지만 마음만은 정말 뿌듯하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캔맥주 한 통으로 갈증을 해소한고 버스편 으로 양양을, 택시를 타고 구룡령으로 향한다.

 

망대암산의 바위암봉

 

망대암산의 바위암봉

 

망대암산의 바위암봉

 

망대암산의 바위암봉

 

한계령 

 

6. 돌아오는 길 (2003. 06. 22) 

   - 16:57 한계령 출발〜17:37 양양 도착(버스비 ₩7,000)

   - 17:42 양양 출발〜18:20 구룡령 도착(택시비 ₩35,000) 

   - 18:30 구룡령 출발〜23:40 부산 도착(승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