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完了)/백두대간(上·完了)

백두대간 18차(백봉령〜삽당령〜고루포기산〜대관령)

무명(無 名) 2009. 4. 25. 16:19

 백두대간 18차 구간종주 산행기

 


1. 산행일정 : 2003. 05. 24〜25

2. 산행구간 : 백봉령〜대관령

3. 산행동지 : 오영동, 정영찬, 장진우

4. 산행여정

   2003. 05. 24

   03:40 부산 출발〜09:15 백봉령 도착(승용차)


   2003. 05. 24 (제29소구간 : 백봉령〜삽당령) : 07시간47분소요

09:20 백봉령(산행시작) - 10:19 헬기장(10:28 출발) - 10:59 생계령(11:15 출발) -

12:25 922봉(12:35 출발) - 13:05 900.2봉(13:32 출발) - 13:48 고병이재 - 14:02 908헬기장(14:10 출발) -

14:55 석병산(15:08 출발) - 15:40 두리봉(15:55 출발) - 16:47 헬기장(16:57 출발) - 17:07 삽당령


   2003. 05. 25 (제30소구간 : 삽당령〜대관령) :11시간 05분소요

05:35 삽당령 출발(산행시작) - 07:00 벌목지대 - 08:28 석두봉 - 09:00 989.7봉(09:15 출발) -

10:27 화란봉 - 11:02 닭목령(11:25 출발) - 12:25 왕산 제1쉼터(12:30 출발) -

13:05 왕산 제2쉼터(13:20 출발) - 13:47 고루포기산 - 15:47 능경봉(15:57 출발) - 16:30 대관령


 

산행지도 

 

5. 산행기

 

※ 2003. 05. 24(제29소구간 : 백봉령〜삽당령)날씨:맑음 뒤 흐림

 

이번에 산행 2일중 반나절 정도는 비를 맞을 각오로 부산을 출발한다. 부산 의 하늘에도 별이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니, 비가 올 것이란 예상일랑 멀리 떨쳐 버릴 수 있을 것 같다. 백봉령으로 향하는 고속도로 군데군데 안개가 자욱하여 안전 운전 하는 것이 최상이다.


 처음엔 영주에서 태백을 지나 백봉령으로 접근 하려고 생각을 하였으나, 중앙고속도로 주행 시 마음이 변하여 만종분기점을 지나 영동고속도로 횡계 나들목 에서 내려 대관령으로 35번과 42번국도로 접근 백봉령에 도착했다.  백봉령 오는길을 너무나 둘러왔기 때문에 산행 시작이 조금 늦었다. “어서 오십시오 아리랑의 고장 정선입니다” 의 자연석으로 세운 홍보물 옆쪽으로 부터 오늘 산행이 시작된다.


 완만한 능선으로 올라서면 소나무 숲으로 이루어져 송홧가루를 맞으며 42번 철탑 아래에 도착한다. 정상부가 잘려나간 자병산 갈림길을 지나서 왼쪽으로 크게 꺾어 내려가면 (주)한라시멘트의 석회석 채석장으로 향하는 도로에 올라서게 된다. 돌 자갈이 길 가장자리를 타고 흘러내려 진행에 어려움을 주고 있으며, 산행을 하는 기분이 싹 가신다.


 도로에서 길을 찾느라 두리번거린다. 표시기가 붙어있을 만한 나무가 없기 때문이다.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편 임도를 따라 오르면 44번 철탑 쪽이다. 대간 주능선은 이곳에 오기전인 869m봉을 올랐다 내려서는 게 정상적인 산행일 것 이라고 생각된다.


 44번 철탑에서 오른쪽으로 돌아 다시 임도를 따라 가파르게 올라 내려서면 묵은 헬기장이다. 헬기장을 지나 잡목과 굴참나무 군락 지를 지나면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표언복님이 이정표를 붙여놓은 생계령에 도착된다. 이곳 생계령의 왼쪽으로 내려가면 42번 국도상의 백봉령 휴게소로 탈출이 가능하다.

 

생계령(표언복 님) 

 

 노송지대

 

 생계령을 지나서 가파르게 올라서 829m봉을 지나면 지형이 평평한 노송지대가 나타난다. 그러나 이곳의 몇 몇 그루는 노송이 아닌 벌써 죽어버린 아름드리 소나무에 불과하다. 노송 아래에는 제2세대가 자라고 있으니 세대교체가 이루어 지며, 송홧가루에 솔 향을 섞어 우리의 콧전으로 날려 보낸다.


<시인 박목월님의 시 윤사월이 떠오른다>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 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노송지대를 지나서 내림길과 다시금 가파르게 오르는 산행로 옆에 파아란 풋머루가 달려있고, 그 옆에는 두릅이 새순을 피우고 있기에 몇 송이를 꺾어서 배낭에 담았다. 그리고 조금 오르니, 길가에 산 뽕잎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헛개나무? 일 것이다. 아닐 것이다를 화두로 삼아 길을 재촉한다.

 

머루

 

개불알 꽃

 

 바위로 이루어진 922봉에 올랐다. 10여분 휴식을 한뒤 완경사길 내려서면 싸리나무등 잡목으로 우거져 진행하기에 힘이 부친다. 하지만 길옆에 빠알갛게 피어있는 개불알꽃등 야생화들이 우리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삼각점이 있는 900.2m봉을 지나서 산죽과 잡목들이 어우러진 산행로를 걷다 보니 어느새 고병이재에 도착된다. 이곳은 삼거리로 근래에 세운 이정표가 빤짝거린다. ← 능선쉼터 소요시간 50분, ↓헬기장 소요시간 15분으로 되어 있으나, 능선쉼터가 어디를 말하는지 알쏭달쏭 하고 이곳은 진행 방향에서 오른쪽에는 성황댕이로 탈출이 가능한 곳이다. 고병이재에서 완만하게 오르면 908m봉인 헬기장이다.

 

 

 고병이재

 

 이곳 헬기장에서 완만한 능선을 오르 내리면 또다른 헬기장이 나타난다. 이곳이 대간길인 두리봉과 석병산 갈림길로, 석병산을 오르기 위하여 돌길을 내려가면 백두대간과 석병산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입간판의 아래쪽에 “석병산(石屛:바위가 병풍을 펼친 듯하다)의 높이는 1,055m이며, 백두대간이 지나는 하나의 산줄기로 웅장함과 화려함이 겸비된 산이다” 라고 적혀 있다.

 

 

 

석병산(石屛山/1,055.3m)정상

 

 석병산(石屛山/1,055m)정상

 

 이러한 찬사에 걸맞게 석병산(1,055.3m)은 정말 아름다운 산이다. 바위로 일구어진 산으로, 정상에 오르면 조망 또한 뛰어나다. 북쪽 바로 옆에 솟아오른 외딴 바위봉인 독도(獨島)며, 북서로는 두리봉과, 올망졸망한 봉우리들을 보고 있노라면 無想無念뿐. 황홀함에 도취되어 오랜 시간 지체하고 싶지만, 시간이 허락지 않아 되돌아 내려온다.

 

 

 석병산 정상건너의 독도

 

 석병산(石屛山/1,055m)정상

 

 바로 돌아 내려오면 석병산에서 상황지미골로 2시간30분이면 하산을 할 수 있는 탈출로가 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난다. 그리고 석병산 아래에는 동굴이 있는데 이 동굴을 돌을 쌓아 막아 놓았다. 산 정상부가 무너짐을 방지하기 위함 일까?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를 되뇌이며, 두리봉을 향하는 산죽길로 내려선다.

 

 산죽 길을 지나서 조금 오르면 헬기장이고 이곳에서 조금 내려섰다 가파르게 올라서면 두리봉(1,033m) 정상이다. 별도의 정상석은 보이지 않으나 목원대 표언복님의 이정표가 반겨준다. 삽당령까지 45분여 소요 된다고.


 이곳에서 48일 예정으로 한계령에서 천왕봉까지 단독종주를 하시는 분을 만났다. 오늘이 10일째라니 아직 38일이 남았는데 저렇게 많은 짐을 메고도 자기와의 싸움에서 분명히 이겨 내시리라 믿는다. 아마 글을 쓰고 있는 이시간에도 대간종주를 완주하고자 걷고 또 달리고 계시리라.


 두리봉을 지나면 산죽이 군데군데 나타나서 우리들을 제법 괴롭힌다. 몇 번의 봉우리를 오르내림 후에 헬기장에 도착된다. 헬기장 왼편으로 지난해 태풍시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곳이 있어 그 피해가 어느 정도 이었는지 감히 짐작이 된다. 이곳에서 산행들머리로 이동할 임계 개인택시(☏033-562-2400 정부철)에 전화 한 뒤 이곳을 떠난다.

 

 

 삽답령

 

 헬기장에서 오른쪽으로 가파르게 내려서면 낙엽송이 하늘을 찌를듯 솟아있고, 임도를 넘어 내려가면 35번 국도가 지나가는 삽당령(挿唐嶺)에 도착한다. 이곳 삽당령은 강릉시 왕산면 목계리와 정선군 임계면 송현리 사이를 잇는 고개로 높이는 680m이고, 강릉 남대천의 발원지 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택시를 기다리며, 송순란 할머니께서 운영하시는 삽당령 휴게소의 전선드럼에 둘러 앉아 옥수수 막걸리와 찐 계란 몇 개를 안주삼아 허기를 면한 뒤 백봉령으로 되돌아 왔다.


 백봉령에서 승용차로 왕산면 대기리의 닭목재를 구경한 뒤 피덕령을 거쳐 횡계의 남우장에 여장을 풀고, 부근 식당에 부탁해 산에서 따온 두릅과 엄나무잎을 데쳐, 이곳 횡계의 별미라는 오·삼불고기(오징어, 삼겹살)삼을 안주로 소주 4병을 거뜬히 비운다. 아직도 엄나무의 향이 입가에 맴도는듯 하다.

 

6. 돌아오는 길

   2003. 05. 24  

 - 17:27 삽당령 출발〜17:52 백봉령 도착(택시비 ₩35,000)

 - 18:00 건의령 출발〜19:10 횡계 남우장 도착(승용차)

 

 

 

 

 삽당령(挿唐嶺)의 송순란 할머니

 

※ 2003. 05. 25(제30소구간 : 삽당령〜대관령) 날씨 : 비

 - 04:40 횡계 출발〜04:50 대관령 도착(승용차)

 - 04:50 대관령 출발〜05:30 삽당령 도착(택시비 ₩48,000)

 

 

 산행지도 

 

 아침부터 비가 구질구질 내리고 있다. 과연 오늘 산행을 계획대로 삽당령에서 대관령까지 마칠 수 있을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어제 저녁에 횡계 택시를 대관령에서 04:30분에 만나 삽당령까지 가기로 약속을 하였으니 어찌할꼬. 산행을 강행하기로 의논을 모으고, 대관령에 도착하니 20여분이나 늦었다. 기다리시는 기사분께 미안했다. 사정을 말씀드리고 삽당령으로 향한다.


 삽당령에 도착하여 택시에서 내리니, 비는 그칠 줄도 모르고 마음도 몸도 모두 적신다. 이때 승용차 안에서 한 분이 내리시더니 오늘 하루 종일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일기예보 때문에 산행을 시작 않고 망설이고 있었단다.


 비옷을 걸치고, 배낭 커버를 씌우고 임도 따라 오르다 다시 되돌아 내려왔다. 임도는 대화실산으로 오르다 대간 주능선과 마주친다고 하지만, 우리들은 나뭇잎이 빗물을 흠뻑 머금고 있다가 우리가 지나면 토해내는 산길로 접어 들었다. 처음엔 옷과 신발이 젖을라 조심조심 걷기 시작했지만. 


 첫 능선을 오르니 왼쪽으로 여러 번 임도와 마주치다 국가 시설물이 설치된 곳을 지나서 임도를 건너니, 가끔식은 산의 윤곽을 보여주다 이내 구름속으로 숨어버린다. 완만한 오름길을 오르니 임도와 다시 마주친다. 대용수동으로 내려가는 길인가 보다.


 이곳에서 곧장 맞은편 두릅나무가 많은 희미한 길로 올랐으나 대간길이 아닌듯 하여 다시금 되돌아 온다. 산길을 잃었을 때는 확실한 곳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또 다른 실패가 없기 때문이다. 20여분을 헤맨 후에야 드디어 대간길을 찾아냈다. 비 때문에 자주 지도를 살필 수 없었고, 앞의 너른길만 보고 곧장 걸었기 때문이다.


 이곳 까지 서쪽을 향하다 오른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바꾸어 북으로 향하여 야만 되었다. 주능선이 벌목지대로 표시기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에는 두릅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새끼손가락 굵기의 고사리도 빗물을 머금은체 피어나고 있었지만 시간에 쫓겨 꺾을 시간이 없다.  몇 고비를 오르내렸는지 피곤함과 눈이 크게 뜨이지 않는 졸음산행끝에 바위가 오뚝하게 솟은 석두봉(982m)에 도착했다. 별도의 정상 표지물은 없었으나, 이곳을 내려서서 조금만 오르면 헬기장이 나타나는데 강릉시에서 이곳에 석두봉 이라고 팻말을 세워 놓았다. 


 헬기장을 지나 군데군데 키를 넘는 산죽 밭의 빗물을 뒤집어쓰고 난 뒤에 잡목으로 우거진 989.7m봉에 도착했다. 빗속에 도시락을 꺼낸다. 도시락이라야 뭐 별것인가? 햇반에 겨우 김치 몇 조각과 젓갈 한 종류뿐인걸. 하지만 앉을 수가 없어 선채로 급하게 식사를 끝낸다. 한기가 스며들어 오래 머물지 못하고 곧장 짐을 꾸린 뒤 길을 재촉한다.

 

 

화란봉(1,061.1m) 

 

 잡목 숲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떨어지는 빗물소리는 소나기가 퍼붓는듯 더욱 세차게 들린다. 몇 번의 오르내림과 가파르게 올라 오르쪽으로 꺾어 완경사를 지나면 화란봉(1,061.1m)이다. 강릉시 왕산면에서 이정표 겸 정상표지 목을 세워 놓았다.


 화란봉을 내려서면 전망대가 있으나 오늘같이 궂은 날씨에는 제구실을 못해 주고 있다. 바위사이 곳곳에 노송이 울울창창한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 스럽게 내려서면 시멘포장도가 나타난다. 이곳을 건너 농기계 보관창고 뒤편을 돌아 내려가면 닭목재(鷄項嶺)에 도착된다.

 

 

 닭목재(鷄項嶺)

 

 닭목재(鷄項嶺)

 

 닭목재(鷄項嶺)의 이정목

 

 이곳 닭목재(해발680m)는 “백두대간 해발700m 고원마을, 전국최고 감자 채종포마을”이란 입간판 옆에 장성이 서있는, 지방도다. 우리는 비를 피하기 위해 산신각 옆 감자 저장소 앞 처마 밑에 옹크리고 간식을 조금 입에 넣는다. 갈등이 생긴다. 이곳에서 산행을 멈추어야 할 것인지를. 하지만 부산에서 이곳까지 와서 여기서 멈출 수는 없는 일. 용기를 내자.


 닭목재 도로 옆의 백두대간 등산로 이정표엔 ← 능경봉 10.2km, 노추산입구 8.1km ↓, 삽당령 13.5km → 라고 표시 되어 있는데, 절반밖에 못온 셈이니 아직도 갈 길은 까마득하다.


 임도를 따르다 산행로로 접어더니, 아름드리 소나무 밑에서 산죽이 사각사각 소리를 지른다. 더욱더 한기를 느끼게 하는 소리다. 또 한번의 임도를 만나서 목장 끝 쪽 문 옆에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목장 가장자리로 오른다.

 

 목장 경계지점으로 가파르게 올라서서 오른쪽으로 꺾으니 휭하니 트인 목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욱 세차다. 푸른 목장의 평화로움도 낭만도 느끼지 못한 채 오로지 걷기 에만 열중한다. 넓은 길 왼쪽으로 벌목지대에 노송들이 듬성듬성 운치를 더해 주지만.... 


 임도 같은 넓은 길을 뒤로하고 경사길 오르면 왕산 제1쉼터에 도착한다. 알루미늄으로 의자까지 만들어 쉴 공간을 제공하여 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그러나 빗속이라 좋게 만들어진 의자에 앉아 쉴 수가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이곳에서 다시 가파른 길을 35분여 오르면 왕산 제2쉼터에 도착한다.


 이곳에도 의자를 만들어 놓았다. 우중 이지만 식사를 걸러 고서는 산행이 불가능 하겠기에 도시락을 펼친다. 비바람은 더욱 거세게 몰아치고 오돌오돌 떨면서 15분 만에 식사를 끝낸다. 빗물을 반찬삼아 급하게 끝냈으니, 어디 목구멍으로 바로 들어갔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가자! 추워서 쉴 수가 없으니 걷는 게 그래도 나은 편이니까. 가파른 너덜겅을 지나니 철탑이 한 기가 나타난다. 철탑 아래로 이름 모를 야생화가 무리지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세찬 비바람에 꽃잎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 화무십이홍(花無十日紅)라고 하지않았던가?  철탑을 지나서, 이곳에 철탑을 건설하기 위하여 만든 임도를 건너면 고루포기산 정상이다.


  고루포기산(1,238.3m)은 정상석은 보이지 않고 조금 내려서면 고루포기 쉼터 표지판이 우리를 반겨준다. 이곳에서 임도를 따라 내려가면 삼거리를 만나는데 왼쪽은 횡계리로 향하는 길이므로, 곧장 가파른 길로 내려선다. 완만한 능선을 오르내리는 산행로에는 물이 고여 청개구리가 자맥질을 한다.


 횡계현을 지나 두세 번의 봉우리를 지나 가파른 경사 길을 오르니 왼쪽으로 돌탑을 만난다. 신 발안에는 물이 가득 고였고, 열 시간 가까이 젖은 발은 퉁퉁 불었다. 배낭 또한 무게를 더하고 있어 더 걸을 기력조차도 없어 돌탑 옆에 기대어 앉는다.

 

 

 능경봉(1,123.1m)

 

 능경봉(1,123.1m)

 

이제 능경봉만 넘으면 오늘 산행이 끝나는지라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억지로 움직인다. 곧 능경봉(1,123.1m)에 도착했다. 정상석 대신 정상 표지판이 우리를 반긴다. 표시판에는 대관령 휴게소 까지 1.8km 남았다고 적혀있다.  구름에 가려서 대관령의 정취는 맛볼 수 없었지만, 빗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뒤 능경봉을 뒤로한다.


 내리막길은 급경사로 빗길에 조심조심 내려서야만 했다. 가파른 곳에는 밧줄이 설치되어 있어 그나마도 다행이다. 한참을 내려오니 완경사 길로 변했다. 이제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하여 달리기 시작한다. 어느 사이 포장도로가 나타났고, 도로 양쪽에 샘터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떡이 된 바지가랑이의 흙을 물로 씻고, 도로를 따라 걷다 오른쪽 밭길로 접어들어 조금 지나니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가 높이 솟아있다. 짙은 안개로 10m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지라 아침에 차를 주차시킨 곳이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 대관령은 영동과 영서를 연결하는 고개로 해발 840m의 고개인데 준공 기념비를 지나 계단을 따라 내려오니 옛날 고속도로 휴게소 앞이다. 이곳에 주차한 차를 발견하고서, 휴게소 빈 공간에서 젖은 옷을 갈아입으니 한기도 가시고 이제 살 것 같다. 열 한 시간의 우중 산행이 이제 끝이 났다

 

 

 능경봉(1,123.1m)

 

6. 돌아오는 길 (2003. 05. 25) 

   - 17:00 대관령 출발〜22:15 부산 도착(승용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