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2차 구간종주 산행기
1. 산행일정 : 2003. 03. 15〜16
2. 산행구간 : 지름티재〜조령제3관문
3. 산행동지 : 오영동, 정영찬, 장진우
4. 산행여정
2003. 03. 15
04:34 부산 출발〜07:35 괴산 연풍 은티마을 도착
2003. 03. 15 (제17소구간 : 지름티재〜이화령) : 10시간 53분소요
07:40 은티마을 출발(산행시작) - 08:13 지름티재(08:28 출발) - 09:15 희양산 갈림길 -
09:30 희양산(09:40 출발) - 10:10 성터 - 11:05 시루봉 삼거리(11:15 출발) - 11:52 용바위(12:05 출발) -
12:17 이만봉 -12:35 곰틀봉(13:07 출발) - 13:22 사다리재 - 14:05 981봉(14:15 출발) - 14:35 평전치 -
15:28 백화산(15:40 출발) - 16:20 황학산(16:30 출발) - 17:15 조봉 - 18:33 이화령
2003. 03. 16 (제18소구간 : 이화령〜조령제3관문) : 06시간 40분소요
06:50 이화령 출발(산행시작) - 08:10 조령샘 - 08:40 조령산(08:50출발) - 09:20 상암사터 갈림길 -
10:10 신선봉 - 13:00 조령3관문 - 13:30 조령산 휴양림 입구 주차장
산행지도
5. 산행기
※ 2003.03.15(제17소구간 : 지름티재〜이화령) 날씨 : 흐림,개임
새벽까지 내리던 가랑비가 출발 전에 멎었기에 정말 다행이다. 며칠 전 지난 2월에 눈이 길을 막아 오르지 못한 희양산을 오르는 꿈까지 꿨으니까 길은 열렸으리. 건천을 지나니 도로가 마른걸 보니 중부지방에는 비가 내리지 않을게 틀림없다. 은티마을에 도착하니 눈에 덮인 희양산이 우리를 기다린다. 질펀한 농로를 지나서 지름티재를 향한다. 30여분 걸려 지름티재에 도착 하니 지난 2월에 비해 눈은 많이 녹았고, 발자국도 많은걸 보니 오늘은 길이 틀림없이 열릴 모양이다.
다행이 희양산을 오르는 길엔 러셀이 되어 있어 발자국을 따르면 큰 어려움이 없겠거니 했지만 이게 웬 일인가? 큰 바위를 지나니 눈은 점점 많이 쌓여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불과 몇 십 미터 앞에 두고 급경사면을 나무뿌리를 움켜잡으면서 겨우 오르니, 이제는 어깨 높이의 바위 위에 올라 서야만 한다.
희양산 오름길
희양산 정상
희양산 정상을 정복하다(뒷쪽이 구왕봉)
그러나 바위 톱에는 녹은 눈이 얼음으로 변해 손을 잡을 만한 곳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옆쪽의 나뭇가지 위에 한 발을, 그리고 한 발은 바위에 올려 뛰어서 건넌다. 10년은 감수한 것 같다. 혼자 먼저 오른 뒤에 나무 둥치에 보조로프를 설치한 후에 나머지 두 명이 올랐다. 잠시 숨을 고르고는 희양산 주능선에 도착하여 대간 길은 왼쪽이나 희양산을 다녀올 요량으로 오른쪽으로 향했다.
희양산(998m)은 지난 3월5일 KBS 자연 다큐멘터리 '봉암사(鳳巖寺)의 숲' 을 통해 방송된바, '자연 생태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봉암사를 이곳 희양산과 구왕봉이 품고 있으며, 이곳 인근은 1982년 이래 일반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해온 탓도 있으리라.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바위와 노송이 한데 어우러져 한층 더 멋을 풍긴다. 이곳을 지나 조심조심 눈길에 발자국을 남기며 남쪽을 향하니 정상이다. 정상에는 여느 산과 틀리게 정상임을 표시하는 정상석이 없다. 정상 바로아래 문경 가은읍의 안성골을 한눈에 조망 할 수 있는 멋진 전망대가 있다.
희양산 정상에서 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북쪽 능선을 타고 30여분 내려서면 옛 신라의 산성인 희양산성에 도착된다. 이곳 산성의 오른쪽으로는 가은읍 원북리와, 성벽 넘어 왼쪽에는 은티마을로 향하는 중간 탈출로가 있다.
성벽 길을 뒤로하고 선행자의 발자국에 고마움을 느끼며 걷다보니, 양지바른 곳에는 맨살을 드러낸 산 행로도 가끔씩은 나타난다. 완만한 능선을 오르니 시루봉 삼거리에 도착된다. 삼거리에서 시루봉쪽의 헬기장에서 잠시 배낭을 내리고 오늘 우리가 걸어야 할 이화령 쪽을 넘어보니 아직도 길은 멀다.
희양산 산성터
시루봉 삼거리 가는길
시루봉 삼거리의 추모비
이곳 시루봉 삼거리에는 서원대학교 산악부에서 故지현우 산악인을 추모하는 추모비가 눈 속에 묻혀 잠들어 있다. 마음이 숙연해진다. 963봉으로 오르지 않고 963봉의 왼쪽 옆구리인 배너미평전으로난 완경사 길을 오르면 「이만봉 119신고 안내 제8지점 」이란 푯말을 발견할 수 있다. 여기가 바로 배너미평전이 끝나는 지점으로 963봉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날 수 있다.
눈은 음지 일수록 점점 많이 쌓여있다. 대간길은 남동쪽으로 기울면서 용바위에 도착된다. 용바위에 걸터앉으니 왼쪽 아래로 몇 가구 밖에 되지 않는 분지리 도막마을의 지붕이 눈에 들어온다. 너무 평화스러운 마을 같다. 용바위와 마당바위를 지나 다시 가파른 능선을 오르면 괴산의 명산 이만봉이다.
이만봉(990m) 정상에서 희양산의 뒤편을 바라보면 완만한 능선으로 이루어져 아름답게 보이지만... 세 시간 전 죽을 고생하며 오르지 않았는가? 정상석은 지난번 악휘봉에서 본 것과 같이 산림청의 도움으로 이곳까지 옮긴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정상석 아래의 이정표에는 백화산4.7km↔시루봉2.1km로 가리키고 있다.
이만봉에서 바로 건너보이는 곰틀봉에 오르면 확트인 전망에 가슴이 후련하다. 이 맛에 위험도 피곤함도 감내하면서, 또는 인간이기를 자체를 포기 한 체로 산에 오르는 게 아닌가? 이곳 곰틀봉은 옛날 곰잡는 틀을 놓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명을 나무 둥지에 메달아 놓았다.
시루봉 정상
이만봉 정상
이만봉 정상
곰틀봉 정상
곰틀봉 바로 아래에서 도시락을 먹는데 자꾸만 까마귀가 울어댄다. 아마도 눈 속에서 먹이감이 모자라 자기네들 몫을 남겨달라는 뜻이리라. 몇 토막의 김밥을 바위위에 올려놓고 사다리재로 향한다. 이때 바로 앞쪽에서 산행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무나 반가워 인사를 나눈다. 분당에서 오셨다는 두 분으로 우리의 오늘 목표 지점인 이화령에서 산행을 시작했다고 하셨다.
곰틀봉을 지나서 처음 만나는 안부로 증평소방서 119신고 안내 제3지점인 사다리재에 도착하면, 희양산 ←이만봉(40분),↑분지 안말(30분),백화산(90분)→ 이라는 이정표가 나무에 걸려있다. 사다리 재를 지나서 잡목과 진달래 나뭇길을 오르면 981봉이다. 이곳은 문경 한실골로 내려가는 삼거리이나 대간길은 왼쪽으로 90도가량 꺾이면서 완경사의 내리막길과 작은 암봉들을 20여분 오르내리면 평전치에 도착한다.
사다리재
평전치 전후로 군데군데 눈 무게에 못 이겨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길을 막고있다. 이곳 평전치에서도 괴산군 연풍면 분지 안말로 탈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이제 오늘 산행중 최고봉인 백화산(白華山)을 향한다.
가파른 능선 길과 힘겨루기를 하여 겨우 봉우리에 오르니 백화산은 바위 암봉인 1,012봉 뒤편 저쪽이다. 버티고 있는 바위암봉을 좌측으로 돌아 오르니 바로 백화산(1,063.5m) 정상이다. 정상석은 근래 페인트로 글씨를 다시 덧칠하여 또렷하게 보이나, 뒤편에는 문경산들모임 이란 글이 새겨져 있으나 읽기가 힘들 정도로 마모되어 있다.
백화산 정상
백화산 정상에 붙어있는 만장 같은 리본을 뒤로하고 하산 로로 나선다. 바위 지대를 지나 무릎까지 차오르는 눈길을 헤치니 능선길 왼쪽으로 산불이난 것인지 아니면 나무가 자라지 못하는 것인지? 그러나 자세히 안을 들어다보면 어린 낙엽송이 자라는 게 보인다. 조림을 한 것일까? 헬기장을 지나 완경사길 을 잠시 오르면 황학산이다.
황학산(910m)은 별도의 정상석은 보이지 않는다. 황학산을 지나면서 부터 눈이 일부 녹아서 발 썰매를 타면서 미끄러져 내린다. 이제 산행속도도 제법 빨라진다. 그러나 신발은 완전히 눈에 젖어 질펀거린다. 10여분 내려서면 삼거리에 이정표가 우리를 반긴다. ←괴산의 명산 백화산, ↑분지안말(50분) ←흰드뫼, 이화령(백두대간)→ 으로 되어있다.
722봉을 지나면 넓은 길로 왼쪽에는 상수리나무, 오른쪽에는 낙엽송으로 마치 편 사움을 한판 붙어 보자는 식으로 도열해있다. 이곳을 지나면 오른쪽에는 정원에서나 볼 수 있는 늪지 속에 나무 두어 그루가 모습을 드러낸다.
낙엽송 길
늪지
백두대간의 제일의 산책로와 조봉을 지나면 681.3m봉은 군사시설로 오를 수가 없어 오른쪽으로 우회하여야만 한다. 이곳 우회로는 음지로 굉장히 미끄러워 조심 해야만 했다. 우회로를 벗어나니 넓은 공터로 잠시 숨을 고른뒤 군 시절 군번 끝자리 네 자의 군부대 진입로 계단을 내려서니 이화령이다.
이곳 이화령은 터널의 개통으로 차량통행이 너무나 뜸한 곳이다.
6. 돌아오는 길
2003. 03. 15
- 18:40 이화령 출발〜18:52 은티마을 도착(택시비₩35,000)
- 18:50 은티마을 출발〜19:00 괴산군 연풍 도착(승용차)
※ 2003.03.16(제18소구간:이화령〜조령제3관문) 날씨:흐림,비,눈
06:35 연풍 출발〜06:45 이화령 도착(승용차)
이른 새벽 지난번 산행시에 신세진 민물촌횟집(☏043-833-5450)에서 아침식사를 끝내고 오늘 산행 출발지인 이화령으로 향한다. 높은 산에 걸려있는 구름이 금방 비로 변하여 우리의 산행을 방해할 것 같다. 이화령 고갯마루의 등산로 안내판을 읽고 산불감시초소 앞을 지나면서 산행이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들이 방향을 잡아 산행을 시작한 곳이 9부 능선의 조그마한 개울을 건너는 곳이라, 능선 길을 오르려고 되돌아와 주능선으로 오른다. 폐타이어로 진지를 지어놓은 곳으로 보아 군 훈련장임을 알 수 있다. 가파른 주 능선에는 벌써 눈이 녹았고, 연거푸 세 개의 헬기장을 지나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여 완경사의 내리막을 지나니 조금 전 우리가 되돌아 나왔던 길과 만난다.
조령산도 이화령도 구름이 모두 삼켜버렸다. 이곳 삼거리 헬기장에서는 급 경사의 능선을 피하여 오른쪽 9부 능선을 따라가니 조령샘에 닿는다. 이곳의 이정표는 ←이화령 2km(50분),↑조령산 1km(45분)으로 잘 정리 되어있다. 이정표 바로윗쪽에 위치한 조령샘(해발 870m)에는 수량이 너무나 풍부하여 수통에 물을 가득 채운다.
조령샘 이정표
조령샘
이곳 조령샘에는 다음과 같이 좋은 글귀가 적혀있다. “조령샘물에서 목을 추기는 길손 이시여! 사랑하나 풀어 던진 샘물에는 바람으로 일렁이는 그대 넋두리가 한 가닥 그리움으로 솟아나고... 우리는 한 모금의 샘물에서 우리를 구원함이 산임을 인식합시다. 우리는 한 모금의 샘물에서 여유로운 벗이 산임을 인식합시다. 조령산 조령샘을 사랑하는 사람들“
조령샘에서 목을 축이고 잣나무가 울창한 가파른 길을 올라서면 헬기장이 나온다. 앞뒤가 구름에 가려 아무것도 볼 수가 없는 게 너무 답답하다. 정상은 다시 능선을 타고 내려가 다시 오르니 조령산이다.
조령산(1,026m)에 도착하니 이슬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일기예보에는 오늘 오후부터 약간의 비가 예상된다고 하였으나 너무 일찍부터 시작이다. 이제 시작인데 걱정이 앞선다.
이곳 조령산 정상의 표지석에는 높이가 1,017m로 표기 되어있고, 표지석 옆쪽 안내문에는 “조령관(문경제3관문) 까지는 7km로서 4시간정도 소요돼며, 미끄럽고 위험한 암벽구간이 많아 필요한 장비를 가추지 않은 분은 이구간 산행을 삼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등 여러 경고문이 적혀 있다.
비가내리는 가운데 험로 산행시는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정상에서 대간길을 따라 조금 내려서면서 부터 가파른 내리막길로 위험한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30여분 밧줄잡이며, 갖은 고생을 다하니 이정표가 우리를 기다린다. 상암사터 갈림길 인가보다. ←신풍 2.9km, ↑제3관문 4km, 새재주막 2km→ 로 표기 되어있다.
조령산 정상
조령 3관문
조령 약수터
몇 번의 유격훈련 끝에 신선암봉에 도착한다. 비게인 맑은 날엔 조령 제1,2 관문을 느긋이 즐기며 산행할 수 있으련만.... 언제 진눈개비로 바뀌더니 이젠 함박눈이다.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는다. 보이지 않으니 생각도 기억도 없어 길게 적을게 없다.
몇 몇 곳의 바위지대와 수십 번의 밧줄 잡이 끝에 조령 제3관문인 조령약수에 도착한다. “조선 숙종 34년(1708년) 조령성 구축시 새재정상(650m)에서 발견된 이 샘은 청운의 꿈을 안고 한양 길을 넘나들 때 타는 목을 식혀주는 역사속의 명약수(名藥水)로서 사철 솟아올라 옛날부터 이 물을 즐겨 마시면 장수(長壽)하는 백수령천(百壽靈泉) 이라고 했다“고 적혀있다.
오늘 산행은 하늘재 까지로 예정 했으나 눈과 비로 더 이상 진행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멈추고 다음주로 미룬다.
비를 맞으며 새재황토방에 도착해서 닭 한마리와 쇠주로 추위를 녹인후 그 곳 주인의 배려로 이화령까지 데려다 주신데 감사를 느낀다.
6. 돌아오는 길
2003. 03. 16
- 15:05 새재 출발〜15:30 이화령 도착(수고비₩10,000)
- 15:35 이화령 출발〜18:45 부산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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